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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독후감

[독후감]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 미치코 가쿠타니

by 이윤도 2021. 7. 29.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미치코 가쿠타니

저자 소개
미치코 가쿠타니는 1998년에 비평 분야 퓰리처상을 수상한 문학비평가이자 서평가. 「워싱턴포스트」「타임」을 거쳐 1979년 「뉴욕타임스」에 합류해 1983년부터 2017년까지 서평을 담당했다. ‘영어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평가’로 알려져 있으며, 무라카미 하루키, 수전 손택, 노먼 메일러 등 유명 작가를 향해 독설과 혹평도 서슴지 않는 날카로운 비평을 던져 ‘1인 가미카제’로도 불린다. 2017년 1월에는 책을 주제로 퇴임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과 마지막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가쿠타니의 두 번째 책으로, 「뉴욕타임스」를 떠난 후에 출간한 첫 책이자 여러 작가와 예술가들의 인터뷰를 묶은 『피아노 앞 시인』(The Poet at the Piano) 이후 30년 만에 발표한 정치·문화비평이다.



  책의 제목에 또 붙잡혔다. 요즘 시대를 저격하는 제목이 아닐까? 이 책의 원제인 <진실의 죽음>이나 번역본의 제목인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도 말이다. 거짓 정보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파고 들어가다보면 대부분은 그게 '돈이 되니까'같다. 제작자는 그렇다 치고, 거짓 정보를 계속해서 찾아주고 소비하는 사람들은 왜 그런 것일까? '재미있으니까'겠지. 이런 모습들은 인스타나 유튜브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진실이나 도덕 같은 가치를 요구하기에는 너무 광범위하게 퍼진 현상을 염세적으로 바라보던 와중에 발견한 책이다.


  이 책의 원제는 <진실의 죽음 : 트럼프 시대의 거짓말에 대한 고찰>이다. 핵심은 '진실의 죽음'과 '거짓말에 대한 고찰'에 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시대의 가짜 뉴스와 여론 선동 과정에서 진실이 과거와는 달리 어떻게 무력해지는지를 보며 기술 활용의 위험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시대에, 독재자의 탄생을 막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하여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할 여러 위협과 가져야 할 태도를 이야기한다.


  SNS에 의한 사고의 극단화, 여러 오락거리의 부흥으로 인한 우민화, 언어의 무력화와 반복된 거짓 정보가 불러일으키는 체념적 태도 등의 요소들. 사람들의 관심을 돈으로 치환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돈 벌기에 혈안이 된 개인과 기업들의 활동부터 민주주의 체제 약화를 노린 국가적 규모의 여론 선동 트롤링 행위까지. 기술의 발전은 명암을 가지고 있다지만, SNS 기술의 어두운 측면은 생각보다 더욱 진함을 느낄 수 있었다.


  SNS가 정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이유로 비슷한 사람끼리 엮는 기능의 비중이 크다. 흔히 우리가 알고리즘이라 말하는 기술의 영향은 모두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주 보고 찾아본 것일수록 점점 더 자신의 피드에 뜨는 비중이 커져간다. 저자는 그렇게 조금씩, 사람은 한쪽으로 치우치기 시작하고 극단주의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또한, SNS에서 특정 입장에 치우친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극단주의에 빠진 소수임을 자각할 필요가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극단주의자들과 일반 사람들 사이의 '열정의 비대칭성'을 고려하여 정보를 접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소셜미디어는 사용자를 생각이 비슷한 다른 사람들과 연결하고 개개인에 맞춘 뉴스피드를 제공해 이들의 선입관을 강화해서, 더욱 좁고 창이 없는 각자의 저장탑 안에서 살 수 있게 한다."
"소셜미디어상의 '열정의 비대칭성'도 문제다... '열성 극단주의자들은... 헌신적으로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가장 우려스러웠던 것은 반지성주의 현상이었다. 우민화 현상의 징조 말이다. 모르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르는 것을 말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사회적 풍조가 낯설지 않았다. 내가 이런 현상을 느낀 시작점은 이동진 영화 평론가의 <기생충> 한 줄 평론으로 빚어진 논란이었다. 자신들이 모르는 단어를 쓴 것을 보고 배우려 하지 않고, 그런 단어를 쓴 사람을 탓하던 인터넷 풍경은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일반 사람들마저 무지를 당당하게 여기고 모르는 것에 대해 말을 한 사람을 비난하는 광경을 보며 무엇인가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으며 이런 현상이 정치적 입장과 연결된다면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콜스는 이렇게 썼다. '시민들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이해하는 기본 문해력을 습득하는 데 신경 쓰지 않으면, 좋든 싫든 이런 문제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총체적으로, 읽으면서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 무엇을 믿어야 하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도 갈수록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함 투성이린 인간을 노리고 발전된 기술을 이용하여 진실의 가치를 공격하는 사람들에 대항하여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감정보다 논리에, 가치에 중점을 두는 의견 교환이 필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쉽지 않은 길일 것이다. 21세기, 이전과는 달리 처음 겪어보는 다양한 디지털 기술과 함께하는 시대에 다들 한번즘 읽고 생각해봤으면 하는 책이었다.



 

  해체주의자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불안정성', '텍스트의 불확정성' 등으로 사람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면 사회는 어떻게 합의된 진실을 가질 수 있는가. 트럼프의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말라하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토크빌은 이렇게 썼다. '자기통치 습관을 완전히 포기한-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통치자를 제대로 선택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어떤 것이 사실인 지보다 '그것을 믿는 게 편리'한 지에 더 관심을 둔다."
"정치 혼란은 말을 의미로부터 분리시키고 정치 지도자의 진짜 목적과 공표한 목적 사이에 틈을 벌려놓는다."
"이렇듯 주의가 산만하고 정보 과부하가 걸린 시대에, 관심은 인터넷에서 가장 값어치가 나가는 것이다."
"물론 가짜 뉴스는 새로운 게 아니다... 하지만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유언비어, 억측, 거짓말이 대략 몇 초만에 전 세계에 전송될 수 있게 했다."
"끊임없는 고강도의 거짓말, 부분적 진실, 완전한 허구를 지칠 줄 모르고 공격적으로 쏟아부어 진실을 애매하게 만들고 관심을 기울이려는 사람들을 압도해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모욕이 모욕에 대한 피로감에 밀려나고 이 피로감은 냉소주의와 권태에 밀려나, 거짓말을 퍼뜨리는 사람들에게 권한을 부여한다."
"모든 이야기는 불확정적이고 모든 정치인은 거짓말쟁이며, 따라서 크렘린(과 도널드 트럼프)이 만들어내는 대안 사실은 다른 어느 누구의 사실만큼이나 타당하다고 수르코프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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