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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독후감

[독후감]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옌롄커

by 이윤도 2021. 6. 15.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옌롄커


저자 소개
옌롄커(閻連科) | 1958년 중국 허난성에서 태어나 스물한 살 때부터 28년을 군인으로 살았다. 1979년 군대 내 문학창작반에서 활동하던 중 《전투보》에 단편 〈천마 이야기(天麻的故事)〉를 실으며 데뷔했다. 1985년 허난대학교 정치교육과를 졸업했으며 1991년에 해방군예술대학 문학과를 졸업한 이후 수많은 장편소설과 중·단편 소설을 발표했다. 제1, 2회 루쉰문학상과 제3회 라오서문학상을 비롯한 20여 개의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오랫동안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었다. 현재 중국 평단의 지지와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얻으며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이자 당대 최고의 소설가로 평가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여름 해가 지다》, 《흐르는 세월(日光流年)》, 《물처럼 단단하게》, 《레닌의 키스(受活)》, 《딩씨 마을의 꿈》, 《풍아송》, 《사서》 등이 있다.

옮긴이 소개
김태성 |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타이완 문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학 연구 공동체인 한성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중국 문학 및 인문 저작 번역과 문학 교류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에서 문화 번역 관련 사이트인 CCTSS의 고문, 《인민문학》 한국어판 총감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 《무슬림의 장례》, 《풍아송》,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미성숙한 국가》, 《마르케스의 서재에서》 등 중국 저작물 100여 권을 우리말로 옮겼다. 2016년에 중국 신문광전총국에서 수여하는 중화도서특별공헌상을 수상했다.


이 책도 옛날 페이스북에서 카드 뉴스 형태로 책 소개 자료를 보았던 기억이 있었다. 그런 걸 보면 읽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만, 따로 사서 읽은 적은 없었다. 핸드폰을 놓고 할 일을 하다보면 잊어버렸던 탓이다. 리디셀렉트에서 이 책을 우연히 보았고, 옛날 기억이 나서 집어 들었다. 중국에서 금서로 지정되었다니, 더 읽고 싶었다.


재미있게 읽었다. 처음엔 외설적인 소설로 보여 조금 당혹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신격화되있는 마오쩌둥의 정치구호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소설 속에서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모습을 보며, 외설적인 소재 뒤에 놓인 소설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거창한 정치적 표현이나 구호 등도 인간적 욕망 앞에서는 공허할 뿐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느낌은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을 증명하기 위해 정치적 상징물을 파괴하는 모습이나, 정치적 사상을 강조하고 다니던 지도원이 스스로 상투적인 말을 해왔음을 인정하며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잘 사는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더욱 잘 느낄 수 있었다.


거창한 정치 구호 뒤에는 보통의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는 사상을 위해 목숨을 버릴 수도 있겠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들키지만 않는다면' 자신의 개인적 안위와 욕망이 중요하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시대상 아래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벽에 쓰여 있거나 신문에 게재되거나 책에 인쇄되거나 확성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방송 같은 말들에서 벗어나는 순간, 머릿속이 텅 비어버렸다.
  사실 과거든 현재든 아니면 미래든, 수많은 문제에 있어 단순함이 항상 복잡함을 지배하는 법이었다.  
  몸만 돌렸다 하면 머리든 어깨든 언제든지 나무팻말에 부딪혔다.  
그는 세숫대야에 쓰인 ‘사리에 대해 투쟁하고 수정주의를 비판해야 한다要鬪私批修’라는 마오 주석의 어록 다섯 글자 위에 붓으로 ‘자신의 사리를 추구해야 한다要自私自利’라는 다섯 글자를 써놓았다.
“나는 항상 회의에서 사람들에게 빈말을 하거나 허풍을 떨거나 상투적인 말만 해왔네. 하지만 오늘은 자네가 부대를 떠난다고 하니 솔직히 몇 마디 해야겠네. 천 번을 말하고 만 번을 말해도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잘 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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