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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독후감

[20-18]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by 이윤도 2020. 7. 8.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리디북스 저자 소개 中

  1993년생, 포스텍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생화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사실 공부보다 모니터 속에서 시간 여행을 떠나거나 새로운 상상을 해 보는 일이 좀 더 즐겁습니다.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지은 책으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있습니다.


최근에 핫한 SF소설이다. 리디셀렉트에서 표지 디자인과 인상적인 제목으로 시선을 끌었었다. 읽을지 말지는 결정하지 못하고 있던 도중, <허지웅쇼>에서 허지웅씨가 'SF소설의 결말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느꼈다'라고 하신 것을 듣고 읽어보았다.

 

  <허지웅쇼> 허지웅씨의 말 마따나, 우리가 SF소설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우주전쟁이나 광선검, 외계인이나 생존에 관련한 이야기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정말 달랐다. 미래 기술 설정 속에서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부각되었다. 아무리 미래 기술이 발전하고 생활상이 바뀌어도, 우리는 결국 '인간적'일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단편 소설집에는 7개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있다. 각 제목은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가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의 물성>, <관내분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이다. 각 소설은 전혀 다른 상상력들로 꾸며졌다. 전혀 다른 설정이지만 책을 읽으며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것이 바로 인간성일 것이다. 낯설지만 익숙했다. 낯설기에 익숙한 것이 더욱 부각되었다.  

 

<다음 문단은 살짝 스포가 될 수도 있는 문단입니다.>

  모두 재미있게 읽었지만 <순례자들은 와 돌아오지 않는가>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여서인 듯 싶다. 불행을 감수하면서 사랑하는 이들을 향해 갈 때 오히려 행복할 수 있다는 메세지가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가족과의 생이별을 겪고 만나러 갈 수 없었던 노인의 이야기는 흡사 이산가족을 보는 듯 했다. 사실, SF적 설정 속에서 더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만나러 불가능한 여정을 시작하는 모습에서 가족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단편 소설집은 옛날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 이후로는 처음인 것 같다. 기억이 너무 가물가물하긴 한데, 어려서였는지 딱히 몰입하여 읽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단편 소설 속 인물들에 몰입하여 감명깊게 읽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문이 있어왔다. 하지만 이번 경험으로 그 의문은 말끔히 사라졌다. 한 편의 단편 소설을 읽고 나면 잠시 멈추어 그 여운을 느꼈다. 다 읽고 나서 더 읽을 것이 없다는 게 아쉬웠다. 앞으로 이런 단편소설집이 리디셀렉트에 종종 나왔으면 좋겠다!


마을에서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결코 배제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아무리 가속하더라도, 빛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한참을 가도 그녀가 가고자 했던 곳에는 닿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안나의 뒷모습은 자신의 목적지를 확신하는 것처럼 보였다.
재경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래, 굳이 거기까지 가서 볼 필요는 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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