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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독후감

[20-08] 역사의 쓸모 - 최태성

by 이윤도 2020. 3. 4.

<역사의 쓸모> 최태성

리디북스 저자 소개

  성균관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역사 교사가 되었다.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EBS 역사 자문위원, 국사편찬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2001년부터 시작한 EBS 강의로 역사가 외워야 할 것이 많은 골치 아픈 과목이 아니라 웃음과 교훈이 가득한 감동 스토리임을 알리며 전국 학생들에게 ‘믿고 듣는 큰별쌤’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MBC 〈무한도전〉, KBS 〈역사저널 그날〉, tvN 〈수업을 바꿔라〉, KBS라디오 〈박은영의 FM 대행진〉 등에 출연하여 일반인에게도 역사 공부의 재미를 전하고 있다.

  그의 강의는 단편적인 사실 관계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의 본질을 파고든다. 넘치는 에너지, 균형 잡힌 관점, 그리고 눈물을 쏙 빼게 만드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로 역사가 암기 과목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모든 강의의 1강을 ‘역사는 왜 배우는가’라는 화두를 던지는 것으로 시작하는 그는 “역사를 공부할 때는 무엇보다 먼저 ‘왜’라고 묻고, 그 시대 사람과 가슴으로 대화하며 답을 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진정성 넘치는 태도로 듣는 이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누구나 쉽고 편하게 역사 강의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2017년 교단을 떠나 무료 온라인 강의 사이트 ‘모두의 별★별 한국사’와 유튜브 무료 강의 채널 ‘별별 히스토리’를 열었다. 역사 대중화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온라인 강의뿐만 아니라 방송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취준생들 중에 저자 최태성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한다면 모두 한 번쯤은 들어보았고, 대다수는 저자의 교재로 공부했을 것이다. 나 또한 최태성 강사의 한국사 교재로 공부해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을 취득했다. 이 분의 강의 실력 만큼이나 역사를 대하는 마음 또한 남다르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 후에, 교보문고에 전시되있던 <역사의 쓸모>를 보고 펼쳐 보기도 전에 한 번쯤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미루고 미루다 리디셀렉트에 등장한 책을 기쁜 마음으로 다운로드 받아 읽어 보았다.

  '역사의 쓸모', 책의 제목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직접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학창시절적부터 시험 공부를 위해 역사를 접하며 무용한 암기과목이란 선입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저자는 역사를 통해 다양한 영감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현재의 삶을 사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이라 말한다. 저자와 함께 '검증된 멘토'인 역사적 인물들을 들여다보며 현재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영감이나 교훈 등을 살펴보는 책이었다. 

  책에선 한국사를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흔히 아는 인물들이 언급된다. 하지만 시험을 위해 공부하던 교재에선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나온다. 혹은, 알았지만 단순 암기를 하느라 놓친 이야기들일수도 있다. 저자를 통해 읽는 역사는 교과서 속 차갑게 식어버린 텍스트가 아니었다. 그를 통해 생명력을 얻은 역사는 교과서에 표시된 지도 속 선과 점들 하나하나에 의미를 토해내고 있었다. 이런 설명을 통해 상상하고, 공감하며 따라가는 역사적 인물들은 가깝게 느껴졌고 그들의 삶을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나온 말이지만, 독립 운동가분들을 생각하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하거나 정의로운 사람은 죽거나 쇠락한다. 그들의 뜻만이 남아 전해질 뿐이다. 근데 '나쁜' 놈들은 대게 살아남고 부를 챙기며 일어나 우위에 선다. 명예는 없이 재물만 있을 뿐이다. 속상했다. 교과서에, 역사에 발자취를 남긴 분들은 힘들게 살아남으며 그들의 앞길을 막아선 사람들이 떵떵거리며 사는 세상이 말이다. 시간이 더욱 흘러 잊혀지기 전에 친일파, 민족 배반자에 대한 청산이 얼른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역사 책을 읽고 이 정도로 분석하고,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이면 주변에 보이는 그 무엇도 그에겐 교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저자 최태성이 말했듯이 역사는 일생이 이미 밝혀진 인물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를 가진다. 뉴스를 장식하는 다양한 정치인, 연예인들처럼 자신이 한 말들과 꾸며낸 이미지들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여 공분을 사게될까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검증된' 멘토로 삼기에 적절하다. 다소 뻔한 말들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역사책 속 무미건조하게 표현된 인물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역사를 공부했음에도 살아가는 데 어떠한 영감도 받지 못했다면 역사를 제대로 공부했다고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 저는 여러분이 역사를 그렇게 대했으면 좋겠습니다.

 

역사적 사고란 역사 속에서 나의 선택이 어떻게 해석될지 가늠해보고,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력을 고려해 판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햇빛도 보지 못하고 일했던, 좁은 다락방에서 쉬지 않고 미싱을 돌렸던, 중동의 뙤약볕 아래에서 땀을 흘렸던, 그분들 덕입니다. 우리의 부모님들이 바로 현대사의 주인공입니다. 우리에게 이 시대를 선물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폐허와 빌딩 숲, 전차와 KTX의 간극을 버티며 살고 계시는 분들이에요. 그런 세대지요.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서로의 시대를, 상황을, 입장을 알게 된다면 우리의 관점도 달라질 겁니다. 타인에 대한 공감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저는 김육이 '한 번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자신의 일생으로 답했다고 생각합니다. 삶을 던진다는 것의 의미를 보여주는 분이죠.

 

외우기 힘들 만큼 수많은 단체와 수많은 독립투사가 있기에 우리 근현대사는 살아 있는 것입니다. 생각을 바꾸면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만주가 얼마나 추운 곳입니까? 그 추운 땅에서 칼바람을 맞으면서 다닌 그 길이 화살표로 그려져 있는 거예요. 우리는 그 화살표를 그냥 화살표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그 안에 담겨 있는 그들의 발자국을 봐야 합니다. 그 속에 숨겨져 있는 건 그들의 꿈입니다. 그 시대 사람들의 꿈이에요.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 한 번뿐인 젊음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역사라는 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어요?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살아낸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세부적으로는 다를지 몰라도 그 궤적은 같아요. 자기만의 중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갔던 사람들이거든요.

 

역사를 다시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공부하는 건 역사지만 결국은 사람을, 인생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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