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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독후감

[20-07] 쓰기의 감각 - 앤 라모트

by 이윤도 2020. 3. 4.

<쓰기의 감각> 앤 라모트

리디북스 저자 소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미국에서 ‘대중의 작가’로 불릴 만큼 많은 사랑을 받는 앤 라모트는 195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뇌암으로 죽어 가는 아버지를 위해 쓴 자전적 소설 『힘겨운 웃음(HARD LAUGHTER)』으로 데뷔했으며, 이후 가족, 사회, 종교, 글쓰기 등 다양한 주제의 소설과 에세이를 써왔다. 1985년 구겐하임 문학상을 받았으며, 2010년 캘리포니아 박물관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프리다 리 목은 그녀의 작가 인생을 그린 다큐멘터리 「애니와 함께 새들처럼(BIRD BY BIRD WITH ANNIE)」을 발표해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이외에도 대중 강연가이자 사회운동가로 사람들과 교감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국내 출간된 『나쁜 날들에 필요한 말들』 『가벼운 삶의 기쁨』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들』 『플랜 B』를 비롯해, 『어쨌거나 할렐루야(HALLELUJAH ANYWAY)』 『사용 설명서(OPERATING INSTRUCTIONS)』 『불완전한 새들(IMPERFECT BIRDS)』 등이 있다.


  나는 군 입대 전 외롭게 방황했던 21살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다. 엄밀히 말하면 내면의 곪아가는 무언가를 적음으로써 토해내는 일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혼자 술을 들이키고, 스스로 만든 비공개 인터넷 카페에 무언가 주절주절 적어내며 알 수 없는 답답함을 털어내곤 했다. 일시적이고 쓸모없는 글들이라 생각했었으나 이런 경험이 바탕이 되어 군인 시절에도 이러한 낙서를 통해 힘든 마음을 달래곤 했었다. 전역 후에도 그랬다. 그리고 그즈음 깨달았다. 나는 글쓰기에 관심이 있고, 나도 모르는 사이 '치유하는 글쓰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처음 속 마음을 토해내던 그 시절부터 5년이 흘렀다. 여전히 글쓰기는 내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 하지만 이젠 더 많은 것을 바란다. 그래서 독후감을 공개적으로 적기 시작헀다. 부족했다. 지금까지 비공개로 적어 온 나의 이야기들을 공개적으로 적고 싶었다. 하지만 기껏 적어낸 글도 '완성된 글'이라고 판단이 서질 않아 지우기를 반복해왔다.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궁금했다. 쓰기에 관한 다양한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 이 책이 보였다. 시의적절하게도 말이다.

  '앤 라모트'는 처음 들어본 작가인데 미국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작가인 듯 하다. 소설가였으며, 그러므로 저자가 말하는 작가란 소설가를 의미한다. 나는 소설가를 꿈꾸는 것은 아니었지만 글쓰기에 대한 철학은 어느정도 보편적인게 있지 않을까 싶어 계속해서 읽어 나갔고,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글쓰기라는 행위의 어려움과 고통을 유머를 섞어 적나라하게 표현하여 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었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이유를 밝히며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건강한 동기 부여를 해주었다. 

  이번에 책을 읽으며 나에게 다가온 문장은 다음과 같다. 

당신 내면의 어떤 것이 진짜라면, 우리는 아마도 그것에서 재미를 발견할 것이고, 그것은 마침내 보편성을 획득할 것이다. 그러려면 당신의 작품 속에 진정한 감정을 담는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내면의 진짜인 어떤 것, 진정한 감정을 담으라는 말이다. 내가 그동안 홀로 토해내온 글들은 나의 진정한 감정을 담았기에 그토록 술술 잘 적혔나보다. 공개글을 쓰기로 마음 먹고 써내려가던 글은 잘 적히지도 않았을 뿐더러 뭔가 뻔하며 진부했다. 그래서 지우고 삭제하길 반복했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 몰랐는데, 공개를 의식하며 적은 글에는 내 진솔한 마음을 담는 것을 민망하고 창피해하며 피했었다. 저자는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여야 재미를 발견하며 보편성까지 획득할 수 있으리라 말한다.

  어떤 쓰기 책이 그렇듯이, 저자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선 일단 '쓰라'고 말한다. 이외에 대단한 기술적 팁을 제시하거나 그러면 오히려 사기꾼같이 느껴질 정도로 많은 글쓰기 책이 말하는 진리인 듯 하다. 하지만 그 단순한 말 뒤에 숨어있는 어려움들은 잘 알지 못했었다. '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말이다. 전업 작가였던 저자의 일화들을 따라가며 간접적으로 경험한 다양한 정신적, 감정적, 경제적 문제 등은 때로는 위로가, 때로는 경고가 된다. 특히,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더욱 권할만 한 책인 듯 싶다. 플롯과 캐릭터 구성 등 소설가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많기 때문이다. 


"얼마간은 매일매일 써라." 아버지는 항상 그렇게 말씀하셨다.

 

희망은 어둠 속에서 시작되고, 그 희망이 올바른 일을 하려는 강인한 희망이라면, 새벽은 반드시 올 것이다. 당신은 기다리고 주시하면서, 하던 일을 꾸준히 계속해야 한다.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

 

창작은 그 자체로 너무나 많은 것을 일깨워 주고, 가르쳐 주며, 또 수많은 놀라움을 준다.

 

당신은 매일 거의 똑같은 시간에 책상에 앉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당신의 무의식을 창조적으로 작동하도록 길들이는 방법이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오로지 최대한 오래 책상에 앉아 궁싯거리다 보면 뭔가가 떠오르게 마련이라는 것 정도이다.

 

당신은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필요 없다. 목적지나 도중에 지나치게 될 모든 광경을 다 볼 필요도 없다. 당신은 눈앞에 펼쳐진 오직 60센티미터에서 90센티미터의 광경만 보아야 한다. 이것은 글쓰기나 인생에 관해 내가 지금까지 들어 본 최고의 조언임에 틀림없다.

 

글을 완성할 때까지 자기가 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말로 알고 있는 작가는 거의 없다. 게다가 그 어떤 작가도 자기 작품에 감동하거나 전율을 느끼면서 작업을 하지도 못한다.

 

거의 모든 명문도 형편없는 초고에서 시작된다. 당신은 일단 무슨 문장이든 써볼 필요가 있다. 내용은 상관없다. 시작이 반이라고, 종이 위에 쓰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완벽주의는 압제자의 목소리이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적이다. 그것은 당신을 평생 구속하고 미치게 만들며, 당신이 볼품없는 첫 번째 원고를 쓰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 역할을 한다.

 

핵심은 이것이다. 어떤 경우든 쓰기를 원하는 한 당신은 어딘가에 도달할 터이지만, 자신의 완벽주의를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한 그다지 멀리 나아갈 수 없다는 것.

 

진실을 알리는 한 줄의 대화는 여러 페이지의 묘사가 드러낼 수 없는 방식으로 인물의 진실을 드러낸다.

 

"이야기가 그냥 물 흐르듯이 흘러가게 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보통 사람들이 할 만한 행동들을 이야기가 보여 줄 거예요." 그것이 바로 플롯의 정체다. 모두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하는 상황 속에서도 불쑥 일어나 그런 행동을 저지르게 만드는 어떤 것, 즉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필연적인 것이 바로 플롯이다.

 

각각의 인물이 세상에서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보라. 그걸 알아야만 무엇이 급선무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당신이 지금까지 연주해 온 모든 곡이 한 가지 주요한 화음을 이루게 하는 것도 클라이맥스의 기능이다. 그것을 겪고 나면 적어도 당신의 인물 중 한 명은 심오하게 변화되어야 한다. 만약 누군가가 바뀌지 않는다면, 당신은 애초에 그 소설을 쓸 이유가 없다.

 

훌륭한 대화는 예리하고 간결해야 한다. 훌륭한 대화는 독자를 정신없이 몰아갈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은 겉모양에 현혹되지 않고 오로지 집중한 다음에야 그 아래에 묻힌 본질을 볼 수 있고, 그때가 되면 어떤 놀라운 연관성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작가란 한 걸음 떨어져 있는 사람이다.

 

나는 솔직히,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당신이 경외심을 갖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뭣 하러 글을 쓰는가? 왜 여기서 이 고생을 하고 있단 말인가?

 

나는 이것이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을 살 것, 그리고 감탄할 것.

 

꼭 복잡한 윤리 철학을 견지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내 생각에 작가는 언제나 어느 정도의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고, 인생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느낀 바를 전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진정한 공감이나 통찰의 순간에 도달하더라도, 그런 통찰을 시시한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속물들의 말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직관은 진짜이고 풍성하며 신선하고 가능성으로 넘치는 데 비해, 통속적인 생각은 들으나 마나 한 진부한 말에다 유통기한도 지났고 자기만족적인 것이 대부분인데도 말이다.

 

글쓰기는 결국 당신이 자신을 믿도록 스스로 최면을 걸어서 어떤 식으로든 글을 쓴 다음, 최면에서 깨어난 후 그 글을 냉정하게 검토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질투는 작가가 되면 반드시 겪는 직업병 가운데 하나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품위가 떨어지는 병증이다.

 

자신감이야말로 글쓰기의 원천이며, 당신의 머릿속이 텅 비어 있을 때도 온갖 이미지와 아이디어와 향기를 폭포수처럼 퍼부어 당신을 가득 채워 준다. 글쓰기는 창작의 샘이 바닥났을 때의 공허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기도 하다. 그 공허는 주위의 도움을 받지 않을 경우 작가의 영혼을 파괴하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모방꾼이자 앵무새다. 그게 바로 작가들인 것이다.

 

우리는 드러나지 않은 것을 드러내기 위해 쓴다.

 

당신이 계속해서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 정말로 글 쓰는 일 자체에 홀딱 빠져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때가 되어서야 글 쓰는 일의 진정한 보상은 바로 글쓰기 그 자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당신의 유년 시절에 대해 써보라고, 몇 번째인지 모를 정도로 그렇게 수없이 강조한다. 당신의 인생에서 열정적으로 세상에 흥미를 느꼈던 시절에 관해 쓰라고, 당신의 관찰력이 가장 정확했을 때, 사물에 대해 너무나 깊은 감동을 느꼈던 때에 대해 써보라고, 당신의 유년 시절을 탐사하고 이해하는 일은 당신에게 공감하는 능력을 줄 것이고, 그 이해와 공감이 지적이고 통찰력 있고 연민 어린 글을 쓰는 법을 가르칠 것이라고.

 

당신의 글을 완성하지 못하는 일만 두려워하라.

 

당신 내면의 어떤 것이 진짜라면, 우리는 아마도 그것에서 재미를 발견할 것이고, 그것은 마침내 보편성을 획득할 것이다. 그러려면 당신의 작품 속에 진정한 감정을 담는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작가가 되는 것은 또한 독자로서 당신의 삶을 더욱 심오하게 바꾸어 놓을 수 있다. 사람들은 훨씬 더 깊이 있는 심미안과 집중력을 갖고 책을 읽게 된다. 글쓰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알고, 특히 글을 쉽게 쓴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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