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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독후감

[20-09] 서평 쓰는 법 - 이원석

by 이윤도 2020. 4. 3.

<서평 쓰는 법> 이원석

 

리디북스 저자 소개

  서평가. 글쓰기의 출발은 서평이라 믿는다. 읽은 내용으로 쓰기 시작하며, 읽은 만큼 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서평 쓰기는 글쓰기 인생을 정리해 주는 결절점結節點과 같다고 생각한다. 정기간행물에 실린 첫 글이 바로 서평이었고, 첫 연재도 작가별로 주요 저작을 소개하고 평가한 인물 서평 시리즈였다. 첫 출판 계약도 출판사의 서평 공모 당선작이 된 글이 단초였다. 첫 단행본 『거대한 사기극』을 출간하게 된 것도 해당 출판사 대표가 자신이 쓴 서평에 주목한 덕이었다. 『거대한 사기극』 자체가 총괄적으로 접근한 주제 서평이었다. 운도 따라서 이 책으로 2013년 출판평론상을 받았다. 지금도 여러 온오프라인 지면에 서평을 쓰고 있다. 서평 쓰기가 지적 기초 체력을 유지시키는 근본임을 잊지 않으며, 나아가 서평 쓰기야말로 자신이 지적으로 독립된 존재라는 증명이라고 생각한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라면 모두가 읽고 서평을 써야 한다고 굳게 믿기에 서평 쓰기가 우리 사회의 기본 교양이 되기를 바란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도 서평 쓰기의 미덕과 효용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려 한다.


  책을 읽고 감상, 생각 따위를 쓰며 몇 개월을 보냈다. 혼자 쓰고 볼 목적이었기에 내용은 나의 감상이 우선이었으며 그래서 독후감이란 카테고리에 글을 올렸다. 쓰다 보니 욕심이 났다. 서평이란 것을 써보고 싶었다. 내가 책을 고를 때 참고하는 글들처럼 여러 관점에서 책을 평가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갖추고 싶었다. 감상을 쓰는 것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으니, 서평은 무엇이고 어떻게 쓰는 것인가란 궁금증에 이 책을 읽어보았다.

  독후감과 서평의 차이를 여러 속성의 대조를 통해 설명하고, 서평과 관련한 다양한 일화들을 통해 그 의미와 요건 등을 설명한다. 서평에 명확히 정해진 틀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저자가 생각하는 서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해준다. 무엇보다 도움이 되었던 내용은 서평가로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평을 작성하며 겪을 어려움과 그에 대한 조언들이었다.

  책을 읽으며 현학적으로 느껴지는 내용들과 다양한 행위들에 대한 의미부여가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책을 읽고 평가하는 글을 쓰고 싶어 가볍게 접근한 이들에게 괜히 겁을 주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읽을수록 저자가 서평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진지하게 다루어왔는지 느껴져 무겁게 느껴진 내용들이 이해가 되었다.

  평소에 책의 제목과 목차를 대수롭지 않게 보고 넘겼던 것을 반성했다. 저자는 목차가 책의 구조를 보여주므로 그러한 구조가 얼마나 잘 짜였는지도 평가한다고 하였다. 나는 이러한 비판적 생각 없이, 수동적으로 책의 내용이 어떻게 이루어져있는지 받아들이기만 해왔다. '목차는 독서의 시작점이자, 동시에 서평에서 평가의 시작점입니다.'라며 목차가 곧 책의 조감도이자 설계도라는 글에서 그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한국의 서평 문화 수준이 낮다는 평가에 대해선 익히 들어 알고있었다. 서평이라고 많은 글들이 인터넷 상에 올라와있자만, 책의 내용 요약과 문장 인용들을 바탕으로 약간의 자기 감상과 추천 혹은 비추천한다는 말이 짧게 들어가 있는 게 많다. 나도 이런 글들을 보며 서평이란 이런 간단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이런 질적으로 부실한 서평은 서평 문화의 빈곤을 반영한다고 한다. '요약은 있되 평가가 부족하다.', 한국의 사회적 배경과 맞물린 문제인 듯하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날이 갈수록 서평 문화는 성장 중이다. 그리고 질적 향상을 이루기 위해선 양적으로 누적되어야 하니까 나도 겁먹지 말고 부족한, 질 낮은 서평이라도 꾸준히 써보고자 한다.

  분석하고, 여러 번 퇴고하는 서평을 작성해보고 싶으나 질적으로 향상된 서평을 내놓을 수는 없을 듯 하다. 취준생이자 간병인인 나에게 그럴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질적으론 낮지만 독후감인지 서평인지도 모를 애매한 글을 계속 써나가고자 한다. 이런 글이라도 국내 서평 문화 발전에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보다 진지한 마음으로 서평에 접근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집어들어 읽었더니 조금 어렵게 다가왔다. 서평이란 무엇인지 역사를 살펴보고 그 의미를 생각해보고자 하는 애독가들이 서평을 쓰는데 앞서 읽어보기에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책 속에 길이 있다기보다 책을 통해 길을 찾을 안목을 갖게 됩니다. 즉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을 이해할 통찰력과 다른 세상을 꿈꾸는 상상력을 얻습니다.

 

첫째, 독후감이 정서적이라면, 서평은 논리적입니다.

 

둘째, 독후감이 내향적이라면, 서평은 외향적입니다.

 

서평의 일차 목적은 서평을 읽는 독자를 자기의 주장으로 끌어들이고, 독자에게 서평자의 생각을 받아들이게 하는 데 있습니다.

 

셋째, 독후감이 일방적이라면, 서평은 관계적입니다.

 

좋은 책일수록 해석의 여지가 많고 저자와 독자 간의 대화가 지속됩니다. 고전이 이름값을 하는 것은 해석의 가능성이 소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평 쓰기는 작성자가 그동안 자각하지 못했던 자신의 내면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독서 자체가 그러한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서평 쓰기는 심화된 독서 행위입니다. 더욱 깊게 책을 읽는 가운데 자신을 더욱 깊이 읽게 되는 것이지요.

 

모든 서평이 사회적 봉사이지만 비판적 서평은 더욱 그렇습니다.

 

서평을 쓰기 위한 독서에 앞서 두 가지를 염두에 두는 것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나는 독서의 목적이고, 다른 하나는 독서의 태도입니다.

 

무엇을 읽느냐보다는 왜 읽느냐에서 도출되는 질문인 무엇을 소통하려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매력을 제대로 알아야 비판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요약은 성실한 독서에 따른 이해의 결과요, 증거입니다. 요약이 서평의 본질은 아니지만, 요약 없이 서평을 작성할 수는 없습니다.

 

서평을 쓰려면 공부해야 합니다.

 

서평의 핵심 요소는 요약과 평가입니다.

 

충실한 독자라면 모름지기 자기가 읽은 것을 간명하게 요약할 수 있어야 합니다. 책의 핵심을 명확하게 도출하고, 이를 바로 자기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책에 지적으로 몰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다루려는 책의 서론과 차례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책의 전체 구도와 흐름을 머리에 새기면 책을 읽을 때 수많은 문장과 문단 속에서 조금 덜 헤매게 되고, 조금 더 수월하게 맥락과 요지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요약을 어느 정도의 분량으로 제시할지는 서평가의 자유입니다. 서평가의 해석과 평가에 튼실한 기반을 제공할수만 있다면 단 한 문장이 되었든, 서평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든 상관없습니다.

 

하나의 책을 다른 책과 연결해 특정한 자리를 찾아 주는 것이 서평의 역할입니다. 특정 분야의 서적에 대한 전문가의 서평을 배제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자신의 기준과 안목을 세우는 겁니다. 이를 튼실하게 세우지 못하면, 그저 단순한 촌평으로 일관하게 됩니다.

 

지금 보듯이 제목은 대체로 책이 다루는 내용의 정수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점을 풀어서 보여 주는 것이 서평의 역할 중 하나입니다.

 

번역서의 경우, 우리말의 제목 번역이 미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원저의 제목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목차는 서론과 더불어 책의 핵심을 보여 줍니다. 책을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려면 이 두 부분을 반드시 읽어야 합니다.

 

책이 어렵고 현란할 때, 독자는 자신의 능력을 반성하는 만큼이나 저자의 능력을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서평과 독후감이 전혀 다른 장르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앞서 지적한 대로 독후감이 자신의 감상을 일방적으로 표현한 글이라면, 서평은 이러한 감상이 타인에게 어떻게 수용될지를 고려하여 전달하는 것이지요.

 

독서의 자극을 통해서 반짝하고 떠오른 생각을 허공으로 날려 보내지 말고 곧장 기록하여 저장해야 합니다. 서평은 이 단상을 논리적으로 배열한 결과물일 따름입니다.

 

서평을 쓰면서 고심하는 내용의 상당수가 책 읽기를 통해 이미 정해진 생각을 언어화하는 겁니다.

 

서평가는 미문가가 아닙니다.

 

하나의 문단은 하나의 사유에 상응합니다. 사유를 제시하고, 논증하고, 부연하고, 상술합니다. 인용이 있으면, 설명이 필요합니다. 주장이 있으면, 논거가 따라야 합니다. 서평은 서평자의 사유를 통해 저작의 논지를 보여 주고 평가해야 합니다.

 

서평은 본질상 서비스입니다.

 

서평을 원만하게 작성하려면, 멋진 인용에 대한 강박을 버려야 합니다. 멋진 표현보다는 책의 정수를 찾아야지요. 인용이 과하면 서평이 스스로 서지 못합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단 한 줄도 인용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적절한 비판에 필요하다면 신랄한 공격적 언어를 사용하는 것도 무방합니다. 다만 비판적 서평이라 할지라도, 혹은 그렇기 때문에라도 책의 장점을 최대한 드러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자와 독자 사이에 위계가 사라지고, 대등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것은 다름 아닌 서평을 통해 온전히 실현됩니다. 서평의 증가는 곧 건강한 공론장의 확산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면 우리가 좀 더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는 데 보탬이 되겠지요.

 

우리가 쓰는 오늘의 서평에 우리가 사는 사회의 내일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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