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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독후감

[독후감] 시간이 멈춘 방 - 고지마 미유

by 이윤도 2021. 12. 15.

 

<시간이 멈춘 방> 고지마 미유

저자 소개
1992년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태어났다. 자칫 고독사로 생을 마감할 뻔한 아버지의 돌연사 이후 죽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14년, 스물두 살의 나이에 유품정리인의 삶을 시작한 그는 현재 유품 정리·특수 청소 기업(ToDo-Company)에 재직하며 유품 정리와 쓰레기 집 청소, 특수 청소를 맡고 있다. 연간 370건 이상의 특수 청소와 유품 정리 작업을 진행했다. 2016년부터 고독사 현장을 재현한 미니어처를 독학으로 제작했으며, 이를 ‘엔딩산업전’이라는 전시회에 소개하며 전 세계 언론과 SNS에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책은 여러 고독사 현장의 특징을 바탕으로 구성한 미니어처와 함께 자신이 경험한 현장의 이야기를 전한다. 고독사 현장은 당장 우리 주변에서 보이는 집안과 같을수도, 특이할 수도 있다. 고독사한 사람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일 수도, 그렇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다. 결국, 어느 특이한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소리다. 담담하게 풀어내는 현장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이 잠깐이라도 스쳐 지나간다면 복잡한 기분이 드는 책이다.

 

  저자는 고독사라는 사회 문제에 대해 사회적 해결책을 제시할 순 없더라도, 자신에게조차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모두에게 인식시키고 싶다고 하였다. 이런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주변 지인들과 안부를 주고 받으며 고독사가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쓴 것 같았다.

 

  <시간이 멈춘 방>이라는 제목이 저자가 제작한 고독사 현장 미니어처와 맞물려 참 적절하게 느껴졌다. 거주하던 사람이 홀로 죽고난 집은 부패하는 시신을 품고 어찌하지 못한 채 멈춰버린 것 같다. 이렇게 죽은 이들의 집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저자의 모습이 정체된 시간을 뚫어주는 청소부로도 느껴졌다. 특수 청소나 유품 정리에 관한 이야기도 좋지만 모든 작업이 마무리된 뒤 문 앞에서 향을 피우고 꽃을 바친다는 저자의 말에서 직업에 대한 진정성도 느껴졌다.

  흔히 하는 이야기 중에 일본이 한국보다 10년정도 빠르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독사에 관한 문제도 일본이 먼저 겪었고, 우리나라도 통계상 수치가 증가하며 따라가는 모양새다. 개인주의나 비혼, 가족 구성의 변화 등 이유는 한 두 가지로 말할 수 없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늘어나는 편의 시설과 자동화 시스템으로 서로가 없이도 잘 살 수 있게 되면서 소득 수준과도 관계없이 고독사의 위험에 놓이게 되었다. 계속해서 약해져 가는 사회적 연대가 다시 강해지고 고독사는 줄어들 수 있을까? 그러면 어디까지가 오지랖이고 어디까지가 따뜻한 관심일까? 

 

  과거에 읽었던 <죽은자의 집 청소>가 떠오르는 책이다. 특수 청소를 업으로 하는 분들이 쓴 에세이라는 점에서 같다.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다. 양도 많지 않고 가볍게 한 번 읽어보기 좋은 책들이다. 죽음의 형태와 장소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예상치 못하게 죽고 뒤늦게 발견되는 모습을 보며 다소 낯설 수 있는 고독사라는 사회 문제를 인식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이 책은 ‘이렇게 하면 고독사를 방지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방책을 제안하려고 쓴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고독사의 현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의 마음에 떠오른 그 사람(혼자 사시는 부모님, 소원해진 친지나 친구, 이웃 어르신들)에게 말을 걸고, 얼굴을 보러 가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잃고 난 뒤에는 늦다.  
“난 저렇게는 안 될 거야.” 사정이 이런데도 그리 단언할 수 있을까.
이 일을 하면서 괴로운 점은 오물도, 극심한 악취도, 벌레도 아니다. 인간의 ‘이면’이 드러나는 순간을 마주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주인과 반려동물의 시간은 동시에 끝나지 않는다. 아끼는 반려동물의 행복을 기원한다면 자신이 죽은 ‘뒤’까지 생각해 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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