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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독후감

[19-17] 책은 도끼다 - 박웅현

by 이윤도 2019. 10. 27.

 

<책은 도끼다> - 박웅현

  저자 박웅현은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뉴욕 대학에서 텔레커뮤니케이션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제일기획에서 광고 일을 시작해 지금은 TBWA KOREA의 ECD로 일하고 있으며 칸국제광고제, 아시아퍼시픽광고제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새로운 생각, 좋은 생각을 찾아 그것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를 좋아해 글도 열심히 쓰고 있다. 그의 머리에서 나온 대표적인 카피 또는 캠페인으로 〈사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지킬 것을 지켜가는 남자〉〈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경의선은 경제입니다〉〈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사람을 향합니다〉〈정말이지 놀라운 이야기〉〈생각이 에너지다〉〈엑스캔버스하다〉〈진심이 짓는다〉, KTF〈잘 자, 내 꿈 꿔!〉캠페인, 던킨도너츠〈커피 앤 도넛〉, SK 텔레콤〈생활의 중심〉캠페인, 네이버〈세상의 모든 지식〉캠페인 들이 있다. 쓴 책으로는『다섯 친구 이야기』『나는 뉴욕을 질투한다』 『책은 도끼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공저) 『시선』(공저),『디자인 강국의 꿈』(공저), 『아트와 카피의 행복한 결혼』(공저) 들이 있다.

  책을 읽으며 다른 시공간에서 저자의 강의에 참석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8개의 강의로 나누어진 내용은 각 강의마다 주제와 다양한 도서들을 언급하는 형식이다. 언급하는 도서들의 내용을 빌어오는데 앞서, 도서의 시대적, 사회적, 환경적 배경 등 해당 도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만 한 배경 지식을 충분히 알려준다. 그 후에 책 내용을 가지고 와서 인상 깊었던, 저자에게는 '도끼'였던 부분들을 소개해준다. 인용 후에 저자가 해당 내용에 대해 느낀 점과 해석한 부분을 언급하는 대목은 책을 깊이 있게 읽는다는게 무엇인지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기분이었다.

  그는 다독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며 깊이 있는 독서, 독자에게 울림을 주는 독서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독법을 따라가다 보면 나는 저렇게 다채롭고 풍성하게 읽어 왔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문단과, 문장들을 꼭꼭 씹어 삼키며 감상하고 감탄하는 저자의 시선을 공유하며 깊게 읽는 경험은 좋은 경험이었다.

  읽고난 후 지금까지 내가 책을 얕게 읽어 온 것은 아닐까 자문하게 되었다. 저자의 눈으로 문장을 읽고 생각하며 감동을 느끼는 과정을 겪고 나자, 평소에 글자만을 해치우느라 제대로 소화를 못하고 감동을 놓친 문장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독서법들에 대한 책은 읽은 바 있다. 하지만 한 개인이 읽고 소화하는 과정을 같이 따라가며 느낀 경험은 처음이었다. 좋았다. 개개인의 독법이 다르므로 그의 독법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는 않겠지만 소설과 인문학 서적을 대하는데 있어 그의 독법은 확실히 유용해 보였다.

  나는 다독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저자가 언급한 다독컴플렉스란 지적 허영에 가까운 개념이다. 저자가 우려하는 것은 독서량을 내세우며 이러한 지적허영을 내세우는 이들이다. 몇 권 읽었다는 표현을 위해 독서를 하면 책을 읽는 것이 숙제로 다가올 뿐이다. 물론, 독서법으로서의 다독 그 자체는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다독을 통해 독서에 흥미를 붙이거나 특정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을 깨우칠 수도 있다.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읽는 행위도 알게 모르게 우리 생각 속에 어떤 작은 씨앗을 심을 수도 있다. 독서의 목적이 무엇인지, 읽으며 어떤 것을 느끼고 싶고, 알고 싶은지에 따라 독법을 바꾸어가며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저자의 독법처럼 깊게 읽는 능력이 굉장히 약했다는 것과 그로 인해 인문학 서적이나 시집을 읽을 때 감동을 온전히 못느끼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계기로 저자의 독법으로 어떻게 감탄하고 감동받으며 책을 읽는지에 대해 알게 되어 기쁘다. 독서는 꾸준히 하는데 매너리즘에 빠지는 사람들은 활자를 빠르게 읽는 행위를 넘어 의미를 파악하고 곱씹는 재미까지 얻을 수 있도록 이 책의 저자를 참고해보는 것이 어떨까.

 

 


이런 시선의, 관점의 변화 같은 것들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훈련이 되는 겁니다.

 

저는 책 읽기에 있어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면 쉽게 빨리 읽히는 얇은 책들만 읽게 되니까요. 올해 몇 권 읽었느냐, 자랑하는 책 읽기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일 년에 다섯 권을 읽어도 거기 줄 친 부분이 몇 페이지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줄 친 부분이라는 것은 말씀드렸던, 제게 '울림'을 준 문장입니다. 그 울림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숫자는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두 시간 강의에서, 한 권의 책으로 제가 가르칠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 여러분 안에 씨앗이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나한테 울림을 줬던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봤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은 '문화미와 예술미는 훈련한 만큼 보인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도 처음피카소의 작품을 볼 때 왜 좋은지 몰랐습니다. 좋다니까 감동을 짜내며 좋은가보다 했죠. 그런데 지금은 좋은 걸 알겠습니다. 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같은 책들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 인생이 풍요로워지기 시작한 겁니다. 이철수가, 최인훈이, 유홍준이, 김훈이, 그 외의 많은 작가와 예술가들이 나를,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었고, 해주고 있습니다.

 

책이나 그림, 음악 등의 인문적인 요소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촉수를 만들어줍니다. 김훈을 읽기 전에는 산 세월이 훨씬 긴데 산수유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산수유가 하나하나 보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책을 왜 읽느냐, 읽고 나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볼 수 있는게 많아지고, 인생이 풍요로워집니다.

 

우리의 정신은 의식 위에 떠다니는 특정한 대상을 포착하게끔 회로에 설정된 레이더와 같아서,책을 읽고 나면 그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이 레이더에 걸린다는 겁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은 저에게 이렇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읽을 때마다 또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게 해줄 책이에요. 아직도 마지막 장을 덮음과 동시에 첫 장을 펼치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이유는 여러분도 한 권의 책에 담겨 있는 무한한 우주를 느껴보시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성과 사랑, 정치와 역사, 신학과 철학까지 아우르고 있는 한 편의 소설이 주는 감동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각자의 독법이 다 다른 것이고요. 그래서 같은 책을 읽고도 이렇게 폭 넓은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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