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와 독후감

[독후감] 글쓰기의 전략 - 이재성, 정희모

by 이윤도 2021. 2. 9.

<글쓰기의 전략> 이재모, 정희성

저자 소개

정희모

  연세대학교 학부대학의 글쓰기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95년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여러 잡지에서 문학평론, 영화평론 등을 발표했다. 연세대학교에서 글쓰기 강좌를 15년 간 맡으면서 글쓰기 이론, 글쓰기 교수 방법에 눈을 돌렸다. 지금은 대학 글쓰기 교육 방법과 교육 과정에 많은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글쓰기 교재인 '글쓰기'(공저)를 집필하였고, 최근에는 이공계 학생을 위한 글쓰기 교재(공저)를 개발하여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저서로는 '1950년대 한국문학과 서사성', '한국 근대비평의 담론', '1930년대 모더니즘 작가연구'(공저)가 있다.

 

이재성

  언어에서 시간이 어떻게 나타나는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로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연세대학교 학부대학에서 교수로 있으면서 글쓰기, 독서와 토론 등을 강의하고 있다. 글쓰기 과정에서 문장과 어법, 단락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7년여에 걸쳐 '연세 한국어 사전' 편찬에 참여하였고, 연세대학교 글쓰기 교재인 '글쓰기'(공저)를 집필하였고, 최근에는 이공계 학생을 위한 글쓰기 교재 '과학 글쓰기'(공저)를 개발하여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 밖의 저서로는 '한국어의 시제와 상' '스페인어 문형 대역사전' 등이 있다.

 


 

 글쓰기에 대한 관심은 꽤 오래되었다. 방황하던 21살 시절과 군대, 이후 여러가지 사건을 겪으며 어두웠던 시기에 나는 글에 기대왔다. 전역 후 전공 공부에 치이면서도 여러 작가님의 글쓰기 특강이나 대학에서 진행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도 했었다. 글쓰기 관련 도서도 몇 권 읽었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그런 활동은 사치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지금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휘갈겨 적는 것밖에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준비한 자에게 기회가 오는 법, 먼 훗날에서야 취미로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때를 위한 배움은 미리 하는게 나쁠 건 없겠다 싶었다. 흥미를 가진 분야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리디셀렉트에서 글쓰기 관련 도서를 여러권 담았고, 이 책이 그 시작이었다.

 

 

 논리적인 글쓰기에 대한 기초를 배울 수 있었다. 특히, 다른 글쓰기 관련 도서들과는 다르게 글에 대해 학문적으로 접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문을 보며 글의 구조를 해체하고 분석하며 다각도로 살펴보는 경험은 추상적으로만 다가왔던 '글'에 대한 막연한 느낌을 해소시켜 주었다. 이런 예문들도 풍부하였고, 서술한 내용을 예문에 적용하여 보여줌으로써 이해가 쉬웠다.  마치 대학에서 평가가 좋은 글쓰기 강의를 듣는 느낌으로 읽었다. 이는 책의 기획의도와도 일치했다.

학생들은 예문을 통해 필자들이 어떠한 생각의 흐름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한 편의 글을 썼는지 배울 수 있다. 읽기(Reading)를 통해서 쓰기(Writing)를 학습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글의 작성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주는데 주력했고, 또 이 책을 보면서 학생들이 직접 글을 작성해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

 

 

 우리말을 사용하는 글쓰기에 관한 내용이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글쓰기에 관한 많은 도서들이 외국 도서인데 반해, 이 책은 한국어를 기반으로 한 글쓰기 도서다. 글쓰기라는 행위에 언어의 차이가 어떤 영향을 끼치겠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말과 영어권 문장을 이해하는 방식이 다름을 인지할 수 있었다. 영어식 표현에 익숙해짐에 따라 흔히 저지르는 영어식 표현과 이로 인해 한국어 문장에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짚어보며 반성할 수 있었다.

 

 

 목차별로 부록같은 형태로 있던 우리말에 대한 내용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어떻게 내가 평소에 헷갈리던, 헷갈려 보았던 내용들을 정확히 모아서 간단히 설명해준 것인지 놀라웠다. 이 부분 만큼은 기본 교양으로라도 틈틈히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05년도 책이라 너무 오래된 내용이지는 않을까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글쓰기에 관한 도서는 20세기 도서라도 널리 읽히고 있는바, 오래된 책이라고 우려할만한 분야의 도서도 아니다. 게다가, 읽어보면 오래된 책이라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논리적 글쓰기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지식은 비슷한 것 같다. 예문과 적용, 막연한 글쓰기에 대한 기본적인 방법론 제시 등을 본다면 오히려 최근 나오는 글쓰기에 관한 막연한 내용을 담은 도서들보다 좋았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단순히 생각이나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글쓰기는 생각을 만들어내고, 지식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좋은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책에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이런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문장을 짧게 쓰되 어법에 맞게 써야 한다, 글의 구성은 논리적으로 해야 한다, 솔직하고 진솔하게 써야 한다. 글쓰기 책들은 늘 이런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책을 읽고 글쓰기 능력이 향상된 사람이 있을까? 글쓰기 책을 읽고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글쓰기 학습 역시 이론의 영역이 아니다. 수없이 반복되는 연습만이 글을 잘 쓸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거기에 요령을 조금 덧붙이면 숙련 시간이 단축된다. 글쓰기는 ‘헤파이스토스’(노동의 신)의 영역이며, ‘뮤즈’(예술의 신)의 영역이 아니다.
한 편의 글을 작성하는 데 지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굉장히 중요하다. 지식은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까를 결정하는 발상 과정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글의 내용과 수준, 그 깊이를 결정한다. “좋은 내용이 좋은 글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지식은 좋은 내용을 위한 필수 항목이다.
결국 한 편의 좋은 글은 세계를 분석해내는 지적인 힘, 현상과 지식을 조직해내는 구성력, 생각과 사고를 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장력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어떠한 글도 이처럼 세 가지 요소로 분석해볼 수 있다. 글을 읽을 때 매번 이렇게 따져보는 습관을 익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글의 구성 요소를 학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무턱대고 많이 읽기만 한다고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분석하면서 읽는 연습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기본 학습이다. 처음에는 남의 글을 보면서 좋은 점을 분석하고 모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독서는 단지 지식을 얻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남의 문체, 구성, 표현력을 배울 수 있는 과정이다. 글의 구성 요소를 의식하고 읽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다른 사람의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몰랐던 것을 배운다. 어떤 내용을 표현하는 방식, 어투, 예시와 인용을 끌어오는 방법, 서두와 결말을 맺는 방법 등을 눈에 익히고 따라하게 된다. 이러한 독서의 내면화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의 내부 요소를 학습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선별하여 집중적으로 학습하라. 학습의 방법은 이론 설명보다 실전과 실습 위주로 하라. 글쓰기는 원리를 배우는 것보다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이론을 공부하되 이를 적용하는 연습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준비한 자만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실패하여 수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칼럼과 같은 짧은 글에서는 처음 단계에서부터 이렇게 구성적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술 전략이 분명하면 글은 생각보다 쉽게 작성할 수가 있다.
앞이 깜깜하면 글을 포기해버리고 어디 먼 곳으로 피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럴 경우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관련 자료나 책을 읽는 것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글감을 넉넉히 장만하는 일이다.  
능숙한 필자는 계획한 대로 글을 작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흘러가는 논리대로 글을 전환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글감의 선택은 내가 아니라 문장의 논리가 결정한다.
주제를 다양한 내용으로 풀어내기 위해 자료를 찾는 것을 글감 찾기라고 말한다면 만들어진 내용을 논리적 흐름으로 엮어 주제를 구현하는 것을 구성이라고 말한다.
같은 자료라도 어떤 방법으로, 또 어떤 순서로 보여주느냐에 따라 설득의 정도가 달라진다.
글의 내용을 구성법에 맞추다 보면 글의 주제가 사라져버리거나 내용이 변하게 된다. 틀에 박힌 구성에 맞추어 글을 쓰는 것은 주어진 문제에 답을 맞추는 퍼즐 게임처럼 죽은 글이 되기 쉽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을 글의 흐름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서술한 유형의 형식을 꼭 고집할 필요는 없다. 앞장에서 설명했듯이 구성은 주제의 흐름에 따라 단락을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구상해보는 것이다. 유형은 이런 흐름을 안내하기 위한 하나의 길잡이인데, 만약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유형 따위는 잊어버려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좋은 글을 쓰는 것이다.
글은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다. 서두에서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주제 문장은 상세하고 세밀하게 작성해야 한다. 주제문장을 읽어보면 한눈에 이 글에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가 인식되어야 한다
여러분의 머릿속 저장고에는 많은 자료들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이런 자료를 떠올려 글감으로 삼는 것이 시간을 아끼면서 풍성한 글감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다.
글쓰기도 전략이 필요하다. 글을 여러 번 쓰다 보면 자기 나름의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이런 방법이 자기 나름의 글쓰기 전략이 된다.
초보자일수록 개요를 자세히 작성할 것을 권한다. 개요가 상세하면 글의 연결을 부드럽게 할 수 있고, 전체적인 통일성을 유지할 수가 있다.
개요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나침반이며 설계도이다. 개요를 수정할 필요가 있을 때는 과감하게 수정하도록 하자.
글은 읽어가면서 써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최소한 두 세단락 위에서부터 읽어 내려가면서 문장을 작성하는 습관을 키우자.
글의 문투는 사람마다 특색이 있다. 좋은 문장, 문투를 모방하여 쓰다 보면 문장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그 밖에 수정 과정에서 알아두면 좋을 사항은 다음과 같다. 우선 소리를 내어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 문장에는 일정한 리듬이 있다. 읽는 데 불편한 글은 문장이 좋지 않다는 징표이다. 만약 컴퓨터를 사용한다면 반드시 원고를 인쇄해서 수정한다. 모니터를 통해 보는 것과 인쇄된 글을 보는 것은 차이가 있다. 끝으로 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객관적인 눈으로 자신이 보지 못하는 단점을 지적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단락은 하나의 생각을 나타내는 문장이 여럿이 모인 것으로 이들 문장이 나타내는 생각은 모두 주제문장이 나타내는 하나의 생각으로 귀결된다.
단락의 주제문장은 정해진 자리가 있는 게 아니다. 단락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위치가 바뀐다.  
좋은 문장을 쓰려면 문법을 정확히 알아야 하며, 좋은 문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우선 자기가 닮고 싶은 글을 쓰는 작가 있다면 그 사람의 글을 구해 읽는다. 같은 글을 여러 번 읽어도 좋고, 그가 쓴 다른 글을 섭렵해도 좋다. 따로 무엇을 분석하고 외울 것 없이 그냥 죽 읽어나가 보자.
특별히 닮고 싶은 사람이 없다면 서점에 가서 여러 사람의 단편소설이나 수필을 사서 죽 읽어본다. 그중에서 막히지 않고 술술 잘 읽히는 작가의 글을 선택하자. 잘 읽히는 작가의 글을 선택하는 이유는 잘 읽히는 글은 자신의 문장 호흡과 일치하는 글이기 때문이다.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면 좋은 문형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좋은 문형을 많이 익히면 굳이 문법을 따로 공부할 필요조차 없다. 왜냐하면 문형은 언어를 사용하는 틀이고, 문법은 이것을 정리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정보가 문장 앞부분에 나오는 처음 문장은 영어식 번역 문장이다. 이런 문장은 영어권 사람이라면 오히려 쉽게 이해할 수 있겠지만,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처럼 우리말과 영어는 문장을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러므로 우리말 문장에서는 능동 표현과 피동 표현을 구분해서 써야 한다. 능동 표현과 피동 표현이 모두 가능하다고 생각될 때는 언제나 능동 표현을 써주면 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