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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독후감

[19-21] 오베라는 남자 - 프레드릭 배크만

by 이윤도 2019. 11. 29.

 

<오베라는 남자> - 프레드릭 배크만

 

작가 소개 (리디북스)

  프레드릭 배크만은 30대 중반의 유명 블로거이자 칼럼니스트이다. 데뷔작이자 첫 장편소설인 『오베라는 남자 A man called Ove』는 그의 블로그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수많은 독자들이 ‘오베’라는 캐릭터에 반해 더 써볼 것을 권했고, 그렇게 소설이 탄생했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2012년 『오베라는 남자』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이 소설은 출간 즉시 굉장한 인기를 모았고, 인구 9백만의 스웨덴에서 7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다. 해외로 판권이 수출되며 독일, 영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이후 써낸 두 편의 장편소설 모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새로운 스토리텔러의 탄생을 알렸다.

책 소개 (리디북스)

웬만하면 마주치기 싫은 까칠한 이웃 남자, 오베
무엇이든 발길질을 하며 상태를 확인하는 남자. BMW 운전자와는 말도 섞지 않는 남자. 키보드 없는 아이패드에 분노하는 남자. 가장 싫어하는 광고 문구는 “건전지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웬만하면 마주치고 싶지 않은 까칠한 이웃 남자, 오베가 나타났다!
매일 아침 6시 15분 전, 알람도 없이 한 남자가 깨어난다. 항상 같은 시간, 같은 양의 커피를 내려(반드시 커피는 내려 마신다) 아내와 한 잔씩 나누어 마신다. 커피포트에 남는 커피의 양도 언제나 일정하다. 그리고는 마을 한 바퀴를 돌며 시설물들이 고장 난 것은 없는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누군가 ‘고장 낸’ 것은 없는지 확인한다.
40년 동안 한 집에서 살고, 같은 일과를 보내고, 한 세기의 3분의 1을 한 직장에서 일한 59세 남자 오베. 그에게 31세 젊은 관리자들이 말했다. ‘이제 좀 쉴 때도 되지 않았냐’고. 이 한 마디로 오베는 자신의 일생을 바친 직장에서 쫓겨난다. 그저 ‘이전 세대’가 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된 상황에 반년 전 떠난 아내의 빈자리가 유난히 크다. 물론 반년 전 아내가 떠난 직후에도 힘들었다. 하지만 아내가 없다는 이유로, 그래서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모두들 자리를 비운다면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겠는가? 그렇기에 오베는 단 한 번도 결근하지 않았다. 늘 같은 일상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책임져야 할 일자리도 없다. 오베는 죽을 것이다.
그렇게 오베는 화요일 오전,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일을 하게 되었다. 부엌 싱크대 앞에 서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일. 그리고 그는 결심한다.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고리를 천장에 박겠노라고. 그 고리에 밧줄을 걸고 자살할 것이다. 늘 그렇듯 오베는 이 일을 해낼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베가 막 고리를 박으려는 순간, 엄청나게 귀찮고 성가신 소리가 들려온다. 오베의 건너편 집에 지상 최대의 얼간이가 이사를 온 것이다. 그들로 인해 오베의 계획은 사실상 시작 단계에 이르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처음에는 우연히 그를 방해했지만, 오베의 계획을 어렴풋이 눈치 챈 이웃집 사람들의 귀여운 방해공작이 시작된 것이다.
본인의 한 몸 바쳐 오베의 계획을 망가뜨리는가 하면, 오베와 사이가 안 좋은 고양이를 이용하기도 한다. 보자마자 무지막지하게 싫어했던 고양이지만, 사실은 좋아했던 것일까? 집에서 자고 있는 고양이를 깨울까봐 망설이는 바람에 오베의 권총 자살은 미수로 그친다.
과연 오베는 그들의 방해를 물리치고 자살에 성공할 수 있을까?


독 후 감 (스포주의)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는 계속해서 만들어진다. 아내와 사별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던 직장을 그만 두었을 때, 오베에겐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오베는 살았다. 큰 결심을 하고 마음을 돌렸던 것이 아니다. 단지 세상을 떠날 시기를 조금씩 미루다보니 그 사이에 살아갈 이유가 생겼던 것이다. 자살을 미루고 그 틈새에서 삶의 의지를 북돋아 낸 것은 이웃주민들이었다. 더 이상 세상이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느꼈던 오베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과 교류하며 삶의 의지를 회복한다.

소냐의 무덤가에 혼자 서 있을 때면 이따금 이렇게 중얼거렸다. "낮에 뭔가 할 일이 계속 있으니까 가끔 꽤 괜찮긴 해."

 

  오베는 정직하고 자신이 정한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또한,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으로 자신을 증명해내는 사람이었다. 융통성 없고 고집 센 고약한 할아버지로도 보일 수 있지만, 일관된 그의 모습에서 어떠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이런 매력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부분이 오베와 소냐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아내를 향한 한곁같은 사랑과 세심한 배려, 아내를 위해서는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해내는 모습은 오베라는 캐릭터에 걸맞는 사랑법이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길수록 처음에는 특이하고 고약한 할아버지로만 보였던 오베라는 남자의 매력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소설 속에서 오베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을 비판적으로 언급하는 부분이 꽤나 재밌다. 우직하고 독립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온 오베의 시선에 비친 사람들은 나약하고 어리석게 보인다. 나는 오베보다 주변 사람들에 공감했기에 실소를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오베의 시선에 동화되어 나를 돌아 보았고 스스로 얼마나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맙소사, 사람들은 1889년에 에펠탑을 세웠는데 이제는 휴대전화를 재충전하기 위해 휴식 시간을 갖지 않고서는 1층짜리 집의 빌어먹을 도면 하나 못 그려냈다.
그는 아우디를 몰고 형광빛으로 빛나는 조깅 바지를 입은 남자들 따위는 하지도 못할 방식으로 그 남자의 몸을 들어 백팩을 멘 청년에게 넘겼다.

 

  모처럼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 감동도 있었다. 주인공인 오베의 시선에 동화되어 퇴색되어가는 고전적 가치관들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소설의 끝까지 실소를 터뜨리게 만들어 여운이 더 길게 간 소설이었다.

 


아무도 오베보고 그래 달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오베같은 사람이 앞장서지 않는다면 무정부적 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쓰레기봉투가 온갖 곳에 널려 있으리라.

 

당신이 없을 땐 하루 종일 집이 너무 넓어져. 자연히 그렇게 돼. 살 수가 없다니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다야.

 

만약 오베가 이 세상에서 싫어하는 게 딱 하나 있다면, 그건 누가 자기를 속이려 하는 것이었다. 오베의 아내는 가끔 오베가 아는 최악의 문장이 바로 '배터리는 포함되지 않습니다'라고 농담을 했다. 사람들은 그녀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대개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오베는 대개 웃지 않았다.

 

그는 대화를 책임지는 역할을 맡는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인지 깨달았다. 그건 항상 그녀가 담당하던 것이었는데. 그는 대개는 그냥 대답만 했다. 지금 이건 둘 다에게 새로운 상황이었다.

 

그는 그녀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는 커다랗고 둥근 바위에 조심스레 손을 얹고, 마치 그녀의 볼을 만지듯 좌우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보고 싶어." 그가 속삭였다. 아내가 죽은 지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오베는 하루에 두 번, 라디에이터에 손을 얹어 온도를 확인하며 집 전체를 점검했다. 그녀가 온도를 몰래 올렸을까봐.

 

그는 흑백으로 이루어진 남자였다.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

 

오베가 고개를 들고 자세를 꼿꼿이 했다. "저는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을 일러바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방 안이 침묵에 빠졌다. 최소 몇 분은 그랬음에 틀림없었다.

 

맙소사, 사람들은 1889년에 에펠탑을 세웠는데 이제는 휴대전화를 재충전하기 위해 휴식 시간을 갖지 않고서는 1층짜리 집의 빌어먹을 도면 하나 못 그려냈다.

 

물론 아무도 그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이 꼭 볼 필요는 없었다. 작업이 잘 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었다. 오베의 아버지가 늘 그렇게 말했듯.

 

누군가 묻는다면, 그는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자기는 결코 살아 있던 게 아니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녀가 죽은 뒤에도.

 

오베는 언제나 분명한 여행 전략을 세웠다. 반면 아내는 언제나 '감이 오는 대로 가자'거나 '쉬엄쉬엄 가자'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해댔다. 마치 다 큰 어른이면 어떻게든 도착하게 될 거라는 양. 그래놓고는 전화하는 걸 까먹거나 스카프 같은걸 놓고 왔다.

 

그는 아우디를 몰고 형광빛으로 빛나는 조깅 바지를 입은 남자들 따위는 하지도 못할 방식으로 그 남자의 몸을 들어 백팩을 멘 청년에게 넘겼다.

 

소냐의 어머니는 소냐를 낳자마자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재혼하지 않았다. "난 여자가 있어. 지금 집에 없다 뿐이지." 가끔 누군가 감히 그 질문을 던지면 그는 그렇게 툭 내뱉었다.

 

그는 세 살배기가 알레르기가 아니라는 걸 잘 알았다. 파르바네가 자기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것도, 그래서 이 골칫덩이 고양이를 안 돌봐도 된다는 걸 잘 알았다. 그는 빌어먹을 노망난 노친네가 아니다.

 

'사람은 자기가 뭘 위해 싸우는지 알아야 한다.'

 

그녀가 그를 올려다보고는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은 뒤 미소를 지었다. "이제 충분해요, 사랑하는 오베." 그러자 충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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